COLUMNIST

이태영
  • 이 세상에서 가장 ..... 이태영 July 27, 2015, 2:02 pm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었고 아꼈던 친구 박석희 주교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튿날 새벽길-

    나는 그날도 새벽 달리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이 슬픔을 이겨내야 한다. 평소보다 두 배의 달리기라도 끝마쳐 온 몸을 땀으로 흠뻑 젖게 하고 싶은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

    내가 살고 있는 위네카 마을-내 집 앞길 세리단길을 따라 북쪽으로 달려가다 보면 시카고 지역에서는 만나기 힘든 언덕 정상인 ..... Read More >>

  • 사람의 인연이란 참으로 ..... 이태영 July 27, 2015, 12:51 pm

    사람의 인연이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일세. 자네가 죄많은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던 2000년에는 또한 두 사람이 처음으로 성당문을 두들겼을 때 따뜻하게 맞아주었던 벽안의 지인수 신부님께서 돌아가신 해였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네.

    1907년 4월24일 독일 니더카셀에서 태어나서 1932년 5월13일 종신서원을 하셨던 지 신부님은 1957년 1월 어느 추운 겨울에 두 사람의 고향인 성주 본당 보좌신부님으로 부임하셨다가 이내 경상북도 가창 본당주임으로 떠나셨지. 그때 ..... Read More >>

  • "박석희 주교님

    지난 ..... 이태영 July 22, 2015, 8:51 am

    "박석희 주교님

    지난 7월1일에는 작은 아이의 생일을 맞아 시카고에서 두 시간 가량 떨어진 위스컨신주의 통나무 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왔습니다"

    박 주교의 편지를 받은 후 나의 독백같은 고백은 그렇게 서두를 꺼냈다.

    "아이들에게는 차마 그 얘기를 꺼내지 못했지만 커다란 연못가에 자리잡은 통나무집에서 아이를 재워놓고 밤 열두시 가까운 시각에 잔디밭으로 혼자서 걸어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에게 보내는 독백같은 또 고백같은 편지를 ..... Read More >>

  • 사람이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 이태영 July 9, 2015, 8:08 pm

    사람이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경우에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살아갈 수가 있을까?

    한평생 살을 맞대고 살아온 부부 사이에도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다.

    첫째 '사랑한다'는 말은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둘째 '사랑한다'는 말을 한번 내뱉으면 절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셋째 '사랑한다' 말을 한 후에도 그말과 반대되는 어떤 행동을 해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 Read More >>

  • 눈이 내리고 있었다. ..... 이태영 July 1, 2015, 6:24 pm

    눈이 내리고 있었다. 시카고의 겨울답게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래도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또 한번의 거짓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일까?

    모두들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목도리아 털모자로 잔뜩 무장한 채 그가 이승을 떠나는 장례식에 참석했다. 설령 살아있는 목숨이라도 두꺼운 외투를 벗겨 버리면 남아있는 사람들도 땅밑으로 들어가야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은 채 세 사람은 친구의 장례식에 모였다.

    '누가 먼저 죽을 것인가를 ..... Read More >>

  • 한 인간이 살아가는 ..... 이태영 June 24, 2015, 6:17 pm

    한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쓸만한 지혜를 얻는다는 것은 차마 넘을 수 없는 고통의 산길을 걸어간 후에나 가능한 것일까?(Wisdom is usually acquired at the cost of great mountain of pain)

    이제 막 감옥으로부터 풀려난 그가 두 번에 걸친 '총각 졸업식'과 '홀아비 졸업식'을 끝내 뿌리치고 '누가 먼저 죽을 것인가를 알아맞히는 모임'의 회원들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거절의 손길을 내저었을 때 모두들 놀랄 ..... Read More >>

  • 첫 번째 ‘총각 ..... 이태영 June 19, 2015, 8:43 pm

    첫 번째 ‘총각 졸업식’이 실패로 끝난 며칠 후 ‘누가 먼저 죽을 것인가를 알아 맞추는 모임’의 네 사람은 또 한번의 모임을 갖기로 결정했다.

    이번에는 ‘총각 졸업식’이 아니라 아예 그와 남은 평생을 함께 할 여자를 찾아 짝을 맞춰주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렇다 그는 하나도 부끄러워할 것이 없다고 믿고 있었다. 그는 말하자면 사람들이 들어가기 쉽지 않은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출신이 아닌가.

    사람들이 ..... Read More >>

  • "석달밖에 살지 못할 ..... 이태영 May 30, 2015, 9:30 pm

    "석달밖에 살지 못할 것같습니다."

    저녁나절이었다. 밖에서는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간암이 확실합니다' 나는 의사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나는 두려운 눈초리로 의사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고 병실 벽에 기대어 서있던 아내는 밀려드는 충격과 슬픔을 가누지 못하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초가을 해가 서산으로 지고 있는지 빗속을 뚫고 햇살이 무지개처럼 창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사형 선고를 받은 셈이다. 병원에 입원한지 꼭 일주일째 되는 날이었다. ..... Read More >>

  • 그가 감옥에서 풀려났다. ..... 이태영 May 20, 2015, 10:47 am

    그가 감옥에서 풀려났다. '누가 먼저 죽을 것인가를 알아맞히는 모임'은 자유 세계로 귀환하는 그를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파티를 열기로 했다.

    그는 늙어보였다. 그는 또 병든 사람처럼 수척해보였다. 그는 돈도 없을 것임이 뻔했다. 두 해를 가옥에서 보냈고 또한 변호사 비용도 엄청 지불했었다.

    아내도 그의 곁을 떠나버렸다.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 볼 방법은 없었지만 단 하나뿐인 아들을 감옥에 있는 아버지 밑에서 더 이상 자라게 할 ..... Read More >>

  • 그가 갑자기 사라져 ..... 이태영 May 13, 2015, 10:27 pm

    그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나는 언제나 남들보다 한 시간 먼저 출근하는 편이었다. 윗사람에게 잘 보이겠다는 속보이는 욕심도 있었지만 시카고 북부 크지 않은 은행에서는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야지만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세상은 나의 뜻과는 상관없이 제 멋대로 굴러가는 법인가? 어쩌면 그들이 내뻗는 승진의 손길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경험이나 실력에 비해 훨씬 앞서가고 있었다.

    내 평생 처음으로 ..... Read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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